사기꾼에 2.8조 날리고 전문가도 떠났다…사면초가 中 '반도체 굴기'
2021.11
15
뉴스관리팀장
10시 48분
2,215
0
본문
나노코리아 2021 개막한 7월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나노기술이 적용된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나노급 기술 난제에 '돈' 쏟아붓지만 사기꾼 판치고 경영진은 내분…글로벌 밸류체인도 넘사벽.
반도체 자립과 세계 제패를 향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제재 속에 물량 공세는 사기꾼에 농락당해 좌절되고 어렵게 영입한 전문가는 안팎의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사면초가에서 중국은 다시 돈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에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던 인텔의 계획을 바이든 정부가 이를 저지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최대한 늦추고 투자마저 어렵게 만들기 위한 조치로 업계는 이해하고 있다.
중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서며 중국의 반도체 공급난을 유발하려던 전 트럼프 행정부 행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미 중국·러시아 등 전략적 경쟁국에 중요 공급망과 기술산업 자원의 해외 이전과 투자 규제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밥 케이시(민주)·존 코닌(공화) 상원의원 측과 최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중국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한다. 이 장비가 없으면 생산 효율화의 핵심인 공정 미세화가 어려워진다. 현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중국의 선택은 '자력갱생'이다. 오랜 세월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반도체 왕국을 건설한 TSMC나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돈을 퍼붓는 전략이다. 돈을 찾아 인재가 몰리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돌아온 건 사기꾼들의 농간이다. 2017년 11월 '타도 삼성'을 외치며 일어선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에 우한 정부는 2조8000억원 투자금을 들였다 날렸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거나 식당 사장이던 인물 3명이 스스로를 반도체 전문가로 포장해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의 칩을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창업한 지 3년 만에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사장으로 영입한 TSMC 출신 장상이도 희생양이었다. 장씨는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이끌며 이 회사를 세계 1위로 키워낸 베테랑이었다. 그는 껍데기뿐인 회사에 '얼굴마담'으로 영입된 사실을 알아차린 뒤 회사를 떠날 때 "HSMC 경험은 악몽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장씨의 실수는 반복됐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다.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영입됐는데 이달 11일 사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댔다. 세간에서는 같은 TSMC 출신인 량멍쑹 공동 CEO와 갈등을 견디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지금까지 물량 공세가 좌절됐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 부회장이 떠나기가 무겁게 SMIC는 상하이에 설립하기로 한 55억달러(약 6조4800억원) 규모 합자회사에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2기(약칭 대기금2기), 하이린웨이가 9억2200만달러, 9억2300만달러를 각각 출자해 16.77%, 16.78% 지분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대기금2기와 하이린웨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합자회사는 국유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사기꾼에 놀아나지 않고, 인재들끼리 갈등이 없다 해도 TSMC,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기술적 난이도가 상당한 데다 미국 저지 아래 글로벌 밸류체인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TSMC와 삼성전자는 5nm 공정에서 3nm급으로 뛰어오를 채비를 갖춘 반면 SMIC은 14nm에 머무르고 있다.
피터 핸버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이 자체 칩을 설계해 자급률을 높이려 하지만 특허, 제조기술, 장비, 재료 등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나노급 기술 난제에 '돈' 쏟아붓지만 사기꾼 판치고 경영진은 내분…글로벌 밸류체인도 넘사벽.
반도체 자립과 세계 제패를 향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제재 속에 물량 공세는 사기꾼에 농락당해 좌절되고 어렵게 영입한 전문가는 안팎의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사면초가에서 중국은 다시 돈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에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던 인텔의 계획을 바이든 정부가 이를 저지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최대한 늦추고 투자마저 어렵게 만들기 위한 조치로 업계는 이해하고 있다.
중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서며 중국의 반도체 공급난을 유발하려던 전 트럼프 행정부 행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미 중국·러시아 등 전략적 경쟁국에 중요 공급망과 기술산업 자원의 해외 이전과 투자 규제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밥 케이시(민주)·존 코닌(공화) 상원의원 측과 최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중국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한다. 이 장비가 없으면 생산 효율화의 핵심인 공정 미세화가 어려워진다. 현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중국의 선택은 '자력갱생'이다. 오랜 세월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반도체 왕국을 건설한 TSMC나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돈을 퍼붓는 전략이다. 돈을 찾아 인재가 몰리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돌아온 건 사기꾼들의 농간이다. 2017년 11월 '타도 삼성'을 외치며 일어선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에 우한 정부는 2조8000억원 투자금을 들였다 날렸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거나 식당 사장이던 인물 3명이 스스로를 반도체 전문가로 포장해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의 칩을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창업한 지 3년 만에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사장으로 영입한 TSMC 출신 장상이도 희생양이었다. 장씨는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이끌며 이 회사를 세계 1위로 키워낸 베테랑이었다. 그는 껍데기뿐인 회사에 '얼굴마담'으로 영입된 사실을 알아차린 뒤 회사를 떠날 때 "HSMC 경험은 악몽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장씨의 실수는 반복됐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다.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영입됐는데 이달 11일 사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댔다. 세간에서는 같은 TSMC 출신인 량멍쑹 공동 CEO와 갈등을 견디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지금까지 물량 공세가 좌절됐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 부회장이 떠나기가 무겁게 SMIC는 상하이에 설립하기로 한 55억달러(약 6조4800억원) 규모 합자회사에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2기(약칭 대기금2기), 하이린웨이가 9억2200만달러, 9억2300만달러를 각각 출자해 16.77%, 16.78% 지분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대기금2기와 하이린웨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합자회사는 국유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사기꾼에 놀아나지 않고, 인재들끼리 갈등이 없다 해도 TSMC,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기술적 난이도가 상당한 데다 미국 저지 아래 글로벌 밸류체인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TSMC와 삼성전자는 5nm 공정에서 3nm급으로 뛰어오를 채비를 갖춘 반면 SMIC은 14nm에 머무르고 있다.
피터 핸버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이 자체 칩을 설계해 자급률을 높이려 하지만 특허, 제조기술, 장비, 재료 등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댓글목록 0